
(사진 설명 : 산에 설치해 놓은 토종벌 사각벌통. 경기도(C))
경기도가 올해 처음으로 추진하는 ‘한봉(토종벌) 꿀 브랜드 생산·유통기반 지원사업’은 단순한 농가 지원사업으로 보기엔 담고 있는 메시지가 분명하다. 토종벌 산업을 보호 대상이 아닌, 경쟁 가능한 산업으로 키우겠다는 정책적 전환이 읽히기 때문이다.
경기도에 따르면 이번 사업은 도내 한봉 사육농가 가운데 30개소를 선정해 집중 지원한다. 사업기간은 2026년 2월부터 12월까지, 총사업비는 4천9백만 원이다. 이 가운데 도비 80%(3천9백20만 원)가 투입되고, 농가 자부담은 20%(9백80만 원) 수준이다. 규모만 놓고 보면 대형 사업은 아니지만, 지원 항목은 상당히 구체적이다.
경기도는 단순 보조금 지급이 아닌 꿀 제품 유전자검사·성분검사 등 품질검사, 포장재 제작과 용기·디자인 개선, 브랜드 홍보물 제작 등, 생산부터 유통까지 전 과정을 관리 대상으로 설정했다. 특히 품질검사는 소비자 신뢰 확보를 위한 핵심 장치로, 토종벌 꿀의 진정성과 차별성을 수치와 데이터로 증명하겠다는 의도가 담겼다.
지원 대상도 명확하다. 한국한봉협회 등록 회원 가운데 봉군수 50군 이상, 연 1회 이상 한봉 교육 이수, 토종가축 인정 농가라는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이는 소규모·영세 농가 보호를 넘어서, 일정 수준의 생산 기반을 갖춘 농가를 중심으로 브랜드 성공 사례를 만들겠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경기도가 이처럼 ‘브랜드’에 집중하는 배경에는 위기감이 깔려 있다. 기후변화와 낭충봉아부패병 확산으로 토종벌 개체 수가 급감하면서, 한봉 산업 자체의 지속 가능성이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단순히 사육 마릿수를 늘리는 방식으로는 더 이상 대응이 어렵다는 판단이 작용했다.
이번 사업이 주목받는 이유는, 경기도가 토종벌 산업을 환경 정책과 농가 소득 정책을 동시에 아우르는 영역으로 바라보고 있다는 점이다. 품질 기준을 만들고, 브랜드 가치를 높여 제값을 받게 하는 구조를 만든다면, 이는 농가 소득 증대는 물론 토종벌 보호라는 공익적 목표까지 연결된다.
총 30개소, 4천9백만 원이라는 숫자 뒤에 담긴 정책 실험이 성공할 수 있을지 여부는 이제 현장에 달려 있다. 다만 분명한 것은, 경기도가 토종벌 산업을 더 이상 ‘버티게 하는 정책’이 아니라 ‘경쟁하게 하는 정책’으로 끌어올리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이 작은 숫자들이 앞으로 얼마나 큰 변화를 만들어낼지 지켜볼 일이다. (더경기뉴스=유성근 기자)